정신대, 징용, 일제 강점기, 3·1절, 히로시마, 원자폭탄……. 우리 어린이들은 이런 말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이제는 잊혀져 가는 옛날 이야기처럼 기억되는 어둡고 암울한 역사의 한 기록일까요? 이번에 새롭게 소개되는 눈높이어린이문고 <손자를 빌려드립니다>는 '일본아동문학가협회상', '노마아동문예상'을 수차례 수상한 일본의 대표적인 원로 작가 '나가사키 겐노스게'의 작품으로 일본 창작동화입니다.
이 책은 '손자 노릇 아르바이트'라는 재미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면서 그 속에 진지하고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가즈야가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바로 일제 시대 강제 징용으로 일본으로 끌려왔던 재일교포 김씨 할아버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아키코 할머니,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천황과 일본 군국주의를 위해 어린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보냈던 할아버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가해자로서, 피해자로서 일본의 두 가지 입장을 다룬 이 작품은, 가즈야가 첫 번째로 손자 노릇을 하게 된 한국인 김씨 할아버지를 통해 한국사람들이 겪은 한과 아픔을, 두 번째로 멋쟁이 재미교포 아키코 할머니를 통해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는 무관했다는 소수 일본인의 피해상을, 세 번째로 만난 요코야마 할아버지를 통해서는 일본 천황과 군국주의를 위해 전쟁으로 학생들을 내몰았던 할아버지 선생님의 가슴 아픈 뉘우침을 그렸습니다. 이 책은 전쟁이란 것이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무모한 결과와 가슴아픈 상처를 남기는지 새삼 느끼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역사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또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