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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아부지

혜린이는 유난히 아버지를 좋아하는 막내둥이이다. 아버지와 아침을 함께 먹고 싶어서 여섯 살짜리 아이가 새벽부터 거뜬히 일어날 정도이다. 아버지 또한 혜린이를 무척 사랑하셔서 소꿉놀이도 같이 하고, 혜린이가 배가 아프다고 투정부릴 때마다 늘 등에 업어 주시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터졌다. 그러자 군수이신 아버지가 집에 있고, 엄마가 밤늦게까지 나가서 일을 하고, 언니 오빠들도 학교에 가지 않는 등 혜린이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급기야는 총을 멘 인민군이 찾아와 아버지를 체포해가고야 만다. 혜린이를 끔찍이 아끼시던 그 아버지를 말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버지는 돌아오시질 않고, 가족들은 피난길에 나선다. 혜린이는 처음으로 비행기 공습도 맞게 되고 중공군도 만난다. 어느덧 전쟁은 ..
혜린이는 유난히 아버지를 좋아하는 막내둥이이다. 아버지와 아침을 함께 먹고 싶어서 여섯 살짜리 아이가 새벽부터 거뜬히 일어날 정도이다. 아버지 또한 혜린이를 무척 사랑하셔서 소꿉놀이도 같이 하고, 혜린이가 배가 아프다고 투정부릴 때마다 늘 등에 업어 주시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터졌다. 그러자 군수이신 아버지가 집에 있고, 엄마가 밤늦게까지 나가서 일을 하고, 언니 오빠들도 학교에 가지 않는 등 혜린이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급기야는 총을 멘 인민군이 찾아와 아버지를 체포해가고야 만다. 혜린이를 끔찍이 아끼시던 그 아버지를 말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버지는 돌아오시질 않고, 가족들은 피난길에 나선다. 혜린이는 처음으로 비행기 공습도 맞게 되고 중공군도 만난다. 어느덧 전쟁은 아이들을 철들게 해서 열 살 남짓한 오빠들까지도 생계를 위해 애쓰고, 가족들은 더욱 서로 도우며 아끼게 된다. 급기야는 식량이 떨어져 쌀겨를 먹으면서 연명하던 어느 날, 드디어 휴전이 되었다.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된 혜린이는 반 아이들이 떠들어대는 이야기에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는 다락에 숨어 지내기도 했다는데 왜 우리 아버지만 내 곁에 없는 것일까……. 그러나 전쟁은 혜린이에게서 아버지만 빼앗은 게 아니었다. 군대에 갔던 큰오빠도, 할머니도 병으로 가고 말았다. 또한 일곱 살 때 헤어졌던 아버지는 혜린이가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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