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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극복하고 조지 메이슨 대학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의 삶은 뇌성마비 장애를 진단받은 그 순간부터 편견과 싸워온 일련의 과정이었다. 이미 KBS <사랑의 가족>과 공동 에세이집 <첫아이>를 통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못 다했던 자신의 삶을 보다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갖은 고난과 역경을 오로지 긍정의 힘으로 극복해낸 저자의 이야기는 삶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힘들어하고 마음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희망을 선사할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대학 강단에 선다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 그 한 문장을 좇아왔을 뿐.” 저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커서 교수가 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언어장..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극복하고 조지 메이슨 대학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의 삶은 뇌성마비 장애를 진단받은 그 순간부터 편견과 싸워온 일련의 과정이었다. 이미 KBS <사랑의 가족>과 공동 에세이집 <첫아이>를 통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못 다했던 자신의 삶을 보다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갖은 고난과 역경을 오로지 긍정의 힘으로 극복해낸 저자의 이야기는 삶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힘들어하고 마음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희망을 선사할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대학 강단에 선다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 그 한 문장을 좇아왔을 뿐.”

저자는 아주 어릴 때부터 커서 교수가 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언어장애가 있는 저자에게 이는 어쩌면 비현실적인 꿈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 계단씩 계단을 오른 끝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런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는 케케묵은 격언이 감동으로 와 닿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지만, 무의미하게 보내기 쉬운 하루하루를 작은 실행들로 채우다 보면, 언젠가는 꿈꾸던 하나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절대 먼저 손 내밀지 않아.세상은 스스로를 믿는 만큼만 길을 내주거든.”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는 뇌성마비 장애를 진단받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저자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저자는 한번도 주어진 운명에 체념한 적이 없다. 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과 자기 긍정으로, 언제나 행복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어릴 적 체육시간에는 뜀틀 앞구르기를 성공하기 위해 이불을 앞에 깔고 수백 번의 연습을 했고, 미국 유학 초기 시절에는 컴퓨터 자판 치는 법도 몰랐지만 이를 악물고 밤새 프로그램을 짰다. 컴퓨터 공학에서 교육학 박사 과정으로 전공을 바꾼 후에는 토론 위주의 수업에 새삼 그녀의 높은 언어장애 장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의사소통 보조기기와의 운명적 만남과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그녀는 한국 뇌성마비 장애인 여성 최초 해외 박사 학위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내고,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는 따뜻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막연히 행복을 기다리는 삶이 아닌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드는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겼냐는 아이들의 호기심, 함께 사는 세상이라 말해주세요.”

결혼 후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저자에게 세상은 좀더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편견으로 가득 찬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곳임을 여실히 느끼게 된 것. 특히 아이들에게 자신의 장애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지금 가고 있는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이어졌다. 또한 저자가 몸담고 있는 보조공학이란 학문이 어떤 것이고, 보조공학의 발전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소개하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하빈이가 내 장애에 대해 알게 된 건 생선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기 바로 며칠 전이었다. 그날 나는 주방 식탁에 앉아 지난 학기에 내게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작성한 수업 평가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마침 하빈이가 물을 마시러 주방에 들어왔다가 내게 뭘 보느냐고 물었다.

“응, 엄마한테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엄마 수업에 대해 평가를 한 거야.”

수업 내용이나 방식에서 모두 ‘Excellent(매우 잘함)’를 받았다고 말해주며 학생들의 평가 몇 가지를 읽어주었다. 주로 ‘체계적이고 명확한 수업 진행’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걸 듣고 있던 하빈이가 영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 엄마는 영어로 말할 때 가끔 크랭키(cranky, 불안정)하잖아. 그런데 왜 엄마 학생들은 엄마가 수업하는 것이 명확하다고 얘기해요?”

드디어 올 게 오고야 말았다. 그 동안 내 장애에 대해 하빈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이게 좋은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하빈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어떻게 크랭키하냐고. 그랬더니 하빈이가 “이렇~게” 하면서 입 꼬리를 한쪽으로 심하게 돌렸다. 그래, 내가 말할 때의 표정 그대로다.

하빈이는 내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다는 걸 언제부터 의식했을까. 엄마가 다른 엄마들과 무언가 다르다는 걸 언제부터 눈치 챘을까. 나는 하빈이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종이에 볼펜으로 ‘disability(장애)’라고 적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하빈이는 곧잘 대답했다. 손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걷지 못하는 상황, 말을 잘 못하는 상황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라고 했다.

“그래, 맞았어. 그런데 하빈아, 엄마한테도 그런 장애가 있어.”

내 말에 하빈이의 눈이 갑자기 놀란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아이의 눈동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여기저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볼펜을 쥐고 종이 위에 커다랗게 ‘Cerebral Palsy’라고 적었다.

“한국말로는 ‘뇌성마비’라고 해. 엄마가 아주 어렸을 때 뇌에 상처가 생겨서, 그래서 말할 때마다 조금 크랭키하고 얼굴 근육도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그러자 하빈이가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조그만 손으로 내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고 살펴보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엄마, 많이 아파? 엄마 머리에 있는 상처, 뇌수술 같은 걸로 고칠 수는 없어?”

나는 하빈이를 끌어안으며 말해주었다.

“뇌성마비는 수술해도 소용없어. 어떤 방법으로도 고칠 수 없어.”

내 말을 듣고는 하빈이가 갑자기 하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하빈이가 제 슬픔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라는 걸 알아챘다. 하빈이는 TV를 보다가도 슬픈 장면이 나오면 난데없이 하품을 하는 시늉을 하곤 했다. 아마도 자기가 눈물을 글썽이는 건 슬퍼서가 아니라 하품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괜찮아. 엄마한테는 장애가 있지만 그래도 다른 엄마들하고 똑같잖아.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해서 박사도 됐고,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그제야 하빈이는 하품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하빈이를 보며 나는 그동안 무척이나 궁금했던, 하지만 두려워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을 던졌다.

“하빈아, 친구 중에 너희 엄마 왜 그러냐고 묻는 아이 없었니?”

하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 있었는데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뭐라고 대답했느냐고 물었더니, 하빈이는 “나도 모른다고 했지…”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랬구나. 우리 하빈이도 모르고 있었구나. 이제는 하빈이가 엄마 장애에 대해 알았으니까,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 잘할 수 있겠지? 엄마는 장애를 갖고 있지만 다른 엄마들과 똑같고, 하빈이랑 예빈이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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