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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지리산 시인 이원규가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 걷고 또 걸어 발로 꾹꾹 눌러 쓴 연서戀書 지리산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원규 시인이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산문집을 출간했다. 시집 《옛 애인의 집》을 낸 지 5년 만이기도 하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감수성 짙은 글을 쓰기보다는 척박한 현실을 온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 뛰는 날 것의 언어를 쏟아내었던 그가 이번에는 낙동강 1,300리와 지리산 850리를 두 발로 걷고 걸어 쓴 족필의 편지를 독자들에게 보내왔다. 세상을 등지고 지리산으로 들어간 것이 홀로 안분지족의 삶을 누리기 위한 현실도피가 아니었음을 여러 시를 통해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만행을 통해 방하착放下着하는 자세를 《지리산 편지》를 통해 한 수 일러준다. 속도전에..
지리산 시인 이원규가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 걷고 또 걸어 발로 꾹꾹 눌러 쓴 연서戀書

지리산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원규 시인이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산문집을 출간했다. 시집 《옛 애인의 집》을 낸 지 5년 만이기도 하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감수성 짙은 글을 쓰기보다는 척박한 현실을 온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 뛰는 날 것의 언어를 쏟아내었던 그가 이번에는 낙동강 1,300리와 지리산 850리를 두 발로 걷고 걸어 쓴 족필의 편지를 독자들에게 보내왔다. 세상을 등지고 지리산으로 들어간 것이 홀로 안분지족의 삶을 누리기 위한 현실도피가 아니었음을 여러 시를 통해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만행을 통해 방하착放下着하는 자세를 《지리산 편지》를 통해 한 수 일러준다. 속도전에 정신없는 우리는, 그의 편지로 한 호흡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배우게 된다. 《지리산 편지》는 5부 50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봄, 여여하시지요?시인의 편지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먼저 그대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망덕포구를 향해 걷고 또 걷다가 닷새 만에 막 피어나는 매화꽃, 눈빛 선연한 그대를 만났습니다. 섬진강 매화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 그대의 안부를 묻습니다. 여여하신지요?

_본문 <섬진강 첫 매화가 피었습니다> 중 14쪽

그 안부의 끝에서 그는 그대에게 낮은 자세로 봄을 맞이할 것을 권합니다.

그렇지요. 봄날에 매화 향기에만 취하는 것은 너무나 상투적인 일입니다.

바로 이처럼 상투적인 것들이 우리들의 뇌세포를 조금씩 박제화하는 바람에 언제나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하거나 감동적이지 못한 것이 아닌지요.

이러할 때 하나의 방편이지만 우리 모두 한 송이 작은 풀꽃의 자세로 몸을 낮추어 서로 큰절을 해보면 좋지 않겠는지요.

오체투지의 절이란 존경과 찬미의 양식이자 감사와 사죄의 양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종교적이거나 예절로서의 절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맺음으로서의 절을 해보자는 것이지요.

상하 관계로서의 절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의 맞절 말입니다.

_<몸 맞추어 맞절하니 비로소 봄입니다> 중 20쪽

2부 여름, 참 덥습니다

시인은 한 여름의 더위만큼이나 지칠 줄 모르는 세상의 크고 빠르고 높은 목소리에 비해 낮은 목소리가 지닌 힘을 소곤거립니다. 누구나 아는 이치이지만 지난 날 현장에서 그와 그의 동지들이 서로에게 남긴 상처를 핥아내고 새살을 피워낸 후에야 토해내는 소리이니, 이것이 흔히 말하는 육화가 아니겠는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낮은 목소리, 사랑의 귓속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낮고 느린 목소리로 속삭이면, 뜨거운 입술이 닿기도 전에 귓불의 솜털들이 바르르 한쪽으로 쏠리다가 일어서고, 그러는 사이 사랑의 최면술은 시작되는 것이지요.

_<귓속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중 74쪽

아울러 그는 경청의 자세야 말로 방하착의 핵심임을 거듭 속삭입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경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남의 얘기를 듣고 두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며 도대체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을 결국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고 마는 일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이를 어찌할까요. 아침저녁으로 명상을 하고, 걷고 또 걸으며 참회를 해도 쉽사리 귓구멍이 열리지 않습니다. 더욱 작아지는 혓바닥마저 돌처럼 굳어갑니다. 말을 하려 해도 어느새 혀는 굳어 어쩔 수 없는 묵언이요, 제아무리 들으려 해도 귀머거리가 따로 없습니다.…… 다시금 돌아보건대 나는 아직 경청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남의 얘기를 들어주며 미소를 짓거나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_<입은 하나요 귀는 둘입니다> 중 92쪽

3부 가을, 무탈하시지요?

족필足筆 ―, 그가 쓴 편지는 손으로 씌어진 것도, 머리나 가슴으로 씌어진 것도 아닙니다. 매일을 걷고 걸어 발의 기록으로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입니다. 발의 기록은 사심邪心과 방심放心을 허락하지 않기에 그대에게 도착하는 편지는 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날마다 먼 길을 걷고 걸어 그대에게 갑니다.……

이제야 알고 또 알겠습니다. 세상의 가장 느린 속도로 걷다보니 아무래도 시와 편지는 손으로, 머리로, 가슴으로 쓰는 게 아니라 오직 발로 쓰는 것이라는 것을. 내 온몸이 하나의 붓이 되어 한 발 한 발 힘찬 획을 그으며 걷다보면 그것이 바로 한 편의 시가 되고 편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온 세상이 거대한 원고지라면 나는 그 원고지의 빈 칸마다 발자국을 찍으며 시를 쓰고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행선(行禪)의 자세로 가는 길에 비님이 오시고 꽃님이 피어나시고 새님들이 날아오십니다.……

걷고 또 걷다가 겸허해지고 겸허해진 뒤에 마침내 한 마리의 자벌레와 갯지렁이일 줄 알 때 바로 그 순간의 모습이 바로 지금 여기 이곳에 부활하는 예수님이자 부처님의 모습이 아니겠는지요.

행여 한 달 만에 겨우 단 한 글자의 편지를 보내더라도 부디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_<발로 쓴 편지를 보냅니다> 중 144쪽

4부 겨울, 더러 그립기도 하신지요?연서戀書 ―, 낙동강 1,300리와 지리산 850리 만행의 길에서 시인은 그대에게 연서를 띄웁니다. 그의 사랑은 그대의 발끝에 몸을 낮추는 것이며 가슴 벅찬 연민의 정입니다.


아무래도 사랑한다는 것은 오체투지의 자세로 낮게 낮게 엎드려 그대의 발등에 입을 맞추는 일, 이보다 더 지극한 마음이 있을까요. 한 하늘 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연민, 이 소중한 연민의 사랑이야말로 또 하루를 살게 하는 ‘정신의 흰 밥’입니다.……

아, 그러나 청둥오리의 빛나는 날개에 넋이 빠졌다가 문득 뒤로 쭈욱 뻗은 두 다리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 다리가 없다면 새들이 어찌 날아오를 수 있겠는지요. 그동안 온통 시기심에 빠져 새들의 날개만 생각했지 새들의 맨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랬지요. 강물을 박차며 날아오르는 청둥오리의 시린 두 발, 겨울 창공의 두 맨발을 바라보며 어쩌면 뼛속까지 차가울 그의 발등에 문득 입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대의 두 발은 오늘도 여여하신지요. 하루 종일 헤엄을 치느라 고단했을 청둥오리의 차가운 물갈퀴, 신발이나 양말도 신지 않은 그 두 발을 바라보며 그대의 발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_<그대의 맨발에 입을 맞춥니다> 중 196쪽

5부 그리고 다시 봄, 기다림은 한 발 먼저 나서는 마중입니다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시인은, 그렇기 때문에 희망은 속수무책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명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그저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누군가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지요. 기다리다 못해 한 걸음 한 걸음 마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다림은 제대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온몸에 고로쇠 수액이 오르듯이 천천히, 황어떼가 꼬리를 치며 강물을 오르듯이 낮게 낮게, 매화꽃이 피면서 옆 나무의 꽃봉오리에게 후우 입김을 불어 또 꽃을 피우듯이 속삭이며 속삭이며, 그 매화나무 아래 키 낮은 개불알꽃과 별꽃들에게도 연대의 손을 내밀 듯이 따스하게 따스하게 우리 모두 봄 마중을 갑시다.

_<그대여 봄 마중 나갑시다> 중


아무래도 사랑한다는 것은 오체투지의 자세로 낮게 낮게 엎드려 그대의 발등에 입을 맞추는 일, 이보다 더 지극한 마음이 있을까요. 한 하늘 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연민, 이 소중한 연민의 사랑이야말로 또 하루를 살게 하는 ‘정신의 흰 밥’입니다.……

아, 그러나 청둥오리의 빛나는 날개에 넋이 빠졌다가 문득 뒤로 쭈욱 뻗은 두 다리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 다리가 없다면 새들이 어찌 날아오를 수 있겠는지요. 그동안 온통 시기심에 빠져 새들의 날개만 생각했지 새들의 맨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랬지요. 강물을 박차며 날아오르는 청둥오리의 시린 두 발, 겨울 창공의 두 맨발을 바라보며 어쩌면 뼛속까지 차가울 그의 발등에 문득 입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대의 두 발은 오늘도 여여하신지요. 하루 종일 헤엄을 치느라 고단했을 청둥오리의 차가운 물갈퀴, 신발이나 양말도 신지 않은 그 두 발을 바라보며 그대의 발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_<그대의 맨발에 입을 맞춥니다> 중 196쪽

5부 그리고 다시 봄, 기다림은 한 발 먼저 나서는 마중입니다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시인은, 그렇기 때문에 희망은 속수무책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명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그저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누군가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지요. 기다리다 못해 한 걸음 한 걸음 마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다림은 제대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온몸에 고로쇠 수액이 오르듯이 천천히, 황어떼가 꼬리를 치며 강물을 오르듯이 낮게 낮게, 매화꽃이 피면서 옆 나무의 꽃봉오리에게 후우 입김을 불어 또 꽃을 피우듯이 속삭이며 속삭이며, 그 매화나무 아래 키 낮은 개불알꽃과 별꽃들에게도 연대의 손을 내밀 듯이 따스하게 따스하게 우리 모두 봄 마중을 갑시다.

_<그대여 봄 마중 나갑시다> 중



아무래도 사랑한다는 것은 오체투지의 자세로 낮게 낮게 엎드려 그대의 발등에 입을 맞추는 일, 이보다 더 지극한 마음이 있을까요. 한 하늘 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연민, 이 소중한 연민의 사랑이야말로 또 하루를 살게 하는 ‘정신의 흰 밥’입니다.……

아, 그러나 청둥오리의 빛나는 날개에 넋이 빠졌다가 문득 뒤로 쭈욱 뻗은 두 다리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 다리가 없다면 새들이 어찌 날아오를 수 있겠는지요. 그동안 온통 시기심에 빠져 새들의 날개만 생각했지 새들의 맨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랬지요. 강물을 박차며 날아오르는 청둥오리의 시린 두 발, 겨울 창공의 두 맨발을 바라보며 어쩌면 뼛속까지 차가울 그의 발등에 문득 입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대의 두 발은 오늘도 여여하신지요. 하루 종일 헤엄을 치느라 고단했을 청둥오리의 차가운 물갈퀴, 신발이나 양말도 신지 않은 그 두 발을 바라보며 그대의 발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_<그대의 맨발에 입을 맞춥니다> 중 196쪽

5부 그리고 다시 봄, 기다림은 한 발 먼저 나서는 마중입니다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시인은, 그렇기 때문에 희망은 속수무책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명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그저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누군가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지요. 기다리다 못해 한 걸음 한 걸음 마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다림은 제대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온몸에 고로쇠 수액이 오르듯이 천천히, 황어떼가 꼬리를 치며 강물을 오르듯이 낮게 낮게, 매화꽃이 피면서 옆 나무의 꽃봉오리에게 후우 입김을 불어 또 꽃을 피우듯이 속삭이며 속삭이며, 그 매화나무 아래 키 낮은 개불알꽃과 별꽃들에게도 연대의 손을 내밀 듯이 따스하게 따스하게 우리 모두 봄 마중을 갑시다.

_<그대여 봄 마중 나갑시다> 중



아무래도 사랑한다는 것은 오체투지의 자세로 낮게 낮게 엎드려 그대의 발등에 입을 맞추는 일, 이보다 더 지극한 마음이 있을까요. 한 하늘 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연민, 이 소중한 연민의 사랑이야말로 또 하루를 살게 하는 ‘정신의 흰 밥’입니다.……

아, 그러나 청둥오리의 빛나는 날개에 넋이 빠졌다가 문득 뒤로 쭈욱 뻗은 두 다리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 다리가 없다면 새들이 어찌 날아오를 수 있겠는지요. 그동안 온통 시기심에 빠져 새들의 날개만 생각했지 새들의 맨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랬지요. 강물을 박차며 날아오르는 청둥오리의 시린 두 발, 겨울 창공의 두 맨발을 바라보며 어쩌면 뼛속까지 차가울 그의 발등에 문득 입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대의 두 발은 오늘도 여여하신지요. 하루 종일 헤엄을 치느라 고단했을 청둥오리의 차가운 물갈퀴, 신발이나 양말도 신지 않은 그 두 발을 바라보며 그대의 발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_<그대의 맨발에 입을 맞춥니다> 중 196쪽

5부 그리고 다시 봄, 기다림은 한 발 먼저 나서는 마중입니다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시인은, 그렇기 때문에 희망은 속수무책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명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그저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누군가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지요. 기다리다 못해 한 걸음 한 걸음 마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다림은 제대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온몸에 고로쇠 수액이 오르듯이 천천히, 황어떼가 꼬리를 치며 강물을 오르듯이 낮게 낮게, 매화꽃이 피면서 옆 나무의 꽃봉오리에게 후우 입김을 불어 또 꽃을 피우듯이 속삭이며 속삭이며, 그 매화나무 아래 키 낮은 개불알꽃과 별꽃들에게도 연대의 손을 내밀 듯이 따스하게 따스하게 우리 모두 봄 마중을 갑시다.

_<그대여 봄 마중 나갑시다> 중



아무래도 사랑한다는 것은 오체투지의 자세로 낮게 낮게 엎드려 그대의 발등에 입을 맞추는 일, 이보다 더 지극한 마음이 있을까요. 한 하늘 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연민, 이 소중한 연민의 사랑이야말로 또 하루를 살게 하는 ‘정신의 흰 밥’입니다.……

아, 그러나 청둥오리의 빛나는 날개에 넋이 빠졌다가 문득 뒤로 쭈욱 뻗은 두 다리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 다리가 없다면 새들이 어찌 날아오를 수 있겠는지요. 그동안 온통 시기심에 빠져 새들의 날개만 생각했지 새들의 맨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랬지요. 강물을 박차며 날아오르는 청둥오리의 시린 두 발, 겨울 창공의 두 맨발을 바라보며 어쩌면 뼛속까지 차가울 그의 발등에 문득 입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대의 두 발은 오늘도 여여하신지요. 하루 종일 헤엄을 치느라 고단했을 청둥오리의 차가운 물갈퀴, 신발이나 양말도 신지 않은 그 두 발을 바라보며 그대의 발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_<그대의 맨발에 입을 맞춥니다> 중 196쪽

5부 그리고 다시 봄, 기다림은 한 발 먼저 나서는 마중입니다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시인은, 그렇기 때문에 희망은 속수무책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명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그저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누군가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지요. 기다리다 못해 한 걸음 한 걸음 마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다림은 제대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온몸에 고로쇠 수액이 오르듯이 천천히, 황어떼가 꼬리를 치며 강물을 오르듯이 낮게 낮게, 매화꽃이 피면서 옆 나무의 꽃봉오리에게 후우 입김을 불어 또 꽃을 피우듯이 속삭이며 속삭이며, 그 매화나무 아래 키 낮은 개불알꽃과 별꽃들에게도 연대의 손을 내밀 듯이 따스하게 따스하게 우리 모두 봄 마중을 갑시다.

_<그대여 봄 마중 나갑시다> 중


연서戀書 ―, 낙동강 1,300리와 지리산 850리 만행의 길에서 시인은 그대에게 연서를 띄웁니다. 그의 사랑은 그대의 발끝에 몸을 낮추는 것이며 가슴 벅찬 연민의 정입니다.

아무래도 사랑한다는 것은 오체투지의 자세로 낮게 낮게 엎드려 그대의 발등에 입을 맞추는 일, 이보다 더 지극한 마음이 있을까요. 한 하늘 아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연민, 이 소중한 연민의 사랑이야말로 또 하루를 살게 하는 ‘정신의 흰 밥’입니다.……

아, 그러나 청둥오리의 빛나는 날개에 넋이 빠졌다가 문득 뒤로 쭈욱 뻗은 두 다리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 다리가 없다면 새들이 어찌 날아오를 수 있겠는지요. 그동안 온통 시기심에 빠져 새들의 날개만 생각했지 새들의 맨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랬지요. 강물을 박차며 날아오르는 청둥오리의 시린 두 발, 겨울 창공의 두 맨발을 바라보며 어쩌면 뼛속까지 차가울 그의 발등에 문득 입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그대의 두 발은 오늘도 여여하신지요. 하루 종일 헤엄을 치느라 고단했을 청둥오리의 차가운 물갈퀴, 신발이나 양말도 신지 않은 그 두 발을 바라보며 그대의 발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_<그대의 맨발에 입을 맞춥니다> 중 196쪽

5부 그리고 다시 봄, 기다림은 한 발 먼저 나서는 마중입니다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시인은, 그렇기 때문에 희망은 속수무책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가 마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명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희망을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그저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누군가를 향하여 걸어가는 것이지요. 기다리다 못해 한 걸음 한 걸음 마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다림은 제대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온몸에 고로쇠 수액이 오르듯이 천천히, 황어떼가 꼬리를 치며 강물을 오르듯이 낮게 낮게, 매화꽃이 피면서 옆 나무의 꽃봉오리에게 후우 입김을 불어 또 꽃을 피우듯이 속삭이며 속삭이며, 그 매화나무 아래 키 낮은 개불알꽃과 별꽃들에게도 연대의 손을 내밀 듯이 따스하게 따스하게 우리 모두 봄 마중을 갑시다.

_<그대여 봄 마중 나갑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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