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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표지
대교베텔스만
|
이원규
|
2011-09-2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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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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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정보
저자정보
철새는 집이 없어도 불행하지 않습니다
차례
봄
섬진강 첫 매화가 피었습니다
봄의 전령 황어를 아시는지요?
몸 낮추어 맞절하니 비로소 봄입니다
꽃상여 하나 먼 길을 떠납니다
봄날의 견공 일가가 나를 깨우칩니다
그때, 수꿩이 울었습니다
자운영 꽃이 피었습니다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과 ‘암수한몸의 연인’입니다
다시 죽으러 강원도 사북에 갑니다
지금 이 자리가 꽃자리요 별자리입니다
인드라망의 세상이 현현했습니다
오월의 푸른 산빛을 보냅니다
늦봄의 미학 배롱나무를 바라봅니다
여름
하느님의 눈물을 보신 적이 있나요?
잔치국수 한 그릇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귓속말이 세상을 바꿉니다
할머니께 책값을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치자꽃 설화 하나 공양올립니다
불륜의 밤꽃 냄새가 만만치 않습니다
입은 하나요 귀는 둘입니다
우리네 삶도 한 호흡 아닌지요
악연은 없습니다
한센인의 슬픔을 아시나요
육감, 그 오래된 미래를 찾아갑니다
그대 무엇으로 지리산에 오시는지요
가을
논두렁 우체통에서 여치가 웁니다
외숙모의 손두부는 내 영혼의 음식입니다
초식동물은 비겁해서 더 아름답습니다
길과 집과 무덤은 한 식구입니다
날마다 마음의 손발톱을 깎습니다
황금빛 들녘이 부릅니다
제주의 지수화풍이 된 영갑이 형!
빗방울 화석을 보셨나요?
발로 쓴 편지를 보냅니다
겨울
산중의 집도 제자리가 있는 법이지요
도종환 형님, 제발 아프지 마슈
농촌의 슬픈 세계화가 눈물겹습니다
김태정 시인의 한 소식을 엿봅니다
지리산 흙피리 소리가 들리는지요?
눈 덮인 무욕의 겨울산이 부릅니다
문수골의 깊은 겨울잠에 듭니다
말은 곧 마음의 표정입니다
새해 단식은 아찔한 충만입니다
‘따로 또 같이’ 삼인행이 있습니다
그대의 맨발에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 다시 봄
‘ 자발적 가난’은 행복의 보증수표입니다
저기 바이칼 호수가 보입니다
시인과 모터사이클, 탈출구를 바라보다
생명의 강을 모시며 먼 길 갑니다
그대여, 봄 마중 나갑시다
그곳에 가고 싶다